“서울시의 송현동 매각 방해 막아달라” 대한항공 권익위 민원

입력 2020-06-12 12:12
대한항공노조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행정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강제수용 의사까지 밝히며 공원화를 추진하는 바람에 입찰 의향이 있던 다른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민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입찰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이 큰 상태다.

대한항공은 11일 권익위에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 권고를 구하기 위해 고충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충 민원 신청서에는 송현동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서울시의 일련의 행정절차를 중단하라는 시정 권고 또는 의견 표명을 해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10일 송현동 부지 1차 입찰 마감일을 앞두고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15곳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지역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고 강제 수용의 가능성을 밝힌 이후에는 이 업체 중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공원화 계획 발표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곧 2차 입찰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해 하루빨리 부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공원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제시한 매각 금액과 방법에 모두 회의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지 적정가격을 5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했던 대한항공과 차이가 크다. 서울시는 1차 입찰이 무산된 후 감정평가 시세대로 부지매입가를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 미집행 공원 수용에 들어가는 자금이 2021년 이후 14조9633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시세만 5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송현동 부지 매입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시 예산외의 재원조달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고 부지매입 외에도 행정·재정적으로 대한항공 자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만한 추가 지원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와 대한항공 모두 협의는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대한항공은 2차 경쟁입찰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를 바라는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일단 조건을 놓고 협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넣은 것이나 열람공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과 별개로 협의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공공에서는 경쟁입찰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의매입이 이뤄지면 좋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