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경고장 날린 北…美대선 겨냥 도발카드 꺼내나

입력 2020-06-12 11:02 수정 2020-06-12 11: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민일보DB, AP뉴시스

북한이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인 12일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면서 미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오는 11월 대선을 치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압박 메시지다. 북한이 협상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 미국 대선 전에 군사도발 카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이날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에서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임명된 리 외무상이 대미 담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군중집회.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군중집회가 지난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리 외무상은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지금까지는 현 (미국)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북한의 미국 때리기는 ‘정당 방위’라는 주장도 거듭 내놨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력 배치를 지적하면서 “미 행정부는 조미 ‘관계 개선’은 제도전복이고, ‘안전 담보’는 철저한 핵선제타격이며, ‘신뢰구축’은 변함없는 대조선 고립 압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 제도,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되리라는 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향후 전략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의 반응을 떠보며 군사도발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내보이거나 신형 무기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9·19군사합의에 명시된 적대행위 금지 약속을 깨뜨리며 도발 수위를 높여갈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리 외무상 담화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됐다. 최근 노동신문 보도로 남측을 비난한 것과 달린 대외 매체를 통해서만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