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니 ‘씨익’ 웃던 창녕 9세…밥 한 그릇씩 뚝딱”

입력 2020-06-12 10:56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양(9)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자제공

부모로부터 잔혹한 학대를 당한 경남 창녕의 9세 아동이 건강을 되찾은 상태라고 12일 박미경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말했다. 현재 박 관장은 부모와 분리된 피해 아동 A양(9)을 보호·관찰 중이다.

박 관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A양이 병원에 입원한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며 “신체적 상흔 등 아이가 아팠던 곳은 어느 정도 치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A양이 조금 더 안정을 찾으면 심리적인 치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이가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을 굉장히 잘 먹었다. 처음에 입원했을 때보다 몸무게도 늘었고, 퇴원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조건은 된 것 같다”면서 “퇴원 후 (쉼터에서) 첫 끼를 먹었는데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주는 밥을 싹싹 비울 정도”라고 했다.

A양은 오랜 기간 끔찍한 학대에 시달렸는데도 밝은 편이라고 한다. 박 관장은 “의외로 말을 잘한다”며 “(안아줬더니) 반가워하면서 ‘씨익’ 웃더라. 목소리도 낭랑하고 자기 의사를 잘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 소개를 하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어른들한테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사성이 밝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A양의 거주지인 경남 창녕의 빌라 모습. A양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 큰 붉은 선)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 작은 선)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A양은 박 관장에게 “올해 1월 말부터 유독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1월 말’은 A양 가족이 원래 살던 경남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 온 시점이다. A양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부모의 학대가 2018년부터 시작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 관장은 “1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기 때문에 A양과 의붓동생 3명을 모두 보육기관에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친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심해지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A양에 대한 학대를 목격한 의붓동생들도 정신적 충격 등을 우려해 보호하고 있다. 의붓동생들은 각각 만 5·4세, 생후 6개월이다.

A양은 심리치료가 완료되면 과거 생활했던 위탁가정이나 그룹홈·쉼터 등에 머무를 예정이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2년간 위탁가정에서 지냈던 A양은 해당 가정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관장은 “A양에게 여러 시설을 안내했는데도 위탁가정으로 가고 싶어한다면 그렇게 정해질 것”이라며 “해당 가정은 A양을 양육할 수 있다고 밝혀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최선을 다해서 A양의 아팠던 과거들이 모두 치유될 수 있고, 좋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잘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