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35)와 친어머니(27)의 가혹한 학대에서 목숨을 걸고 도망친 9세 여아가 입원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12일 경남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지난 11일 오후 경남 한 병원에서 퇴원해 아동쉼터로 옮겨졌다. 얼굴과 몸 곳곳의 타박상도 대부분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손과 발에 화상 흉터가 남아 쉼터에서 연고 등을 바르면서 치료할 계획이다.
집을 탈출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자 불안해하던 모습도 사라졌으며 쾌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기관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옷이나 인형 등을 받고 기뻐하는 등 적응해가고 있다.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몸무게도 다소 늘었다.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이가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겉보기에 많이 나아졌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기관에서는 이 아동에게 놀이 치료 등 심리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아동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앞으로 쉼터에서 보호받게 된다.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동생 3명 역시 정신적 학대 우려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아이를 학대한 계부와 친모는 이들 동생에 대한 임시보호명령에 저항해 자해하거나 투신하려다 응급입원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상태가 안정되면 소환이나 강제수사 등을 통해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피해 아동은 지난달 29일 잠옷 차림으로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있는 옆집으로 도망쳤다. 옆집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이 아동은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수개월간 고문 수준의 학대를 받은 이 아동의 몸 상태는 처참한 지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고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돼 있었다.
계부와 친모가 쇠사슬로 목을 묶거나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도 지지는 등 이 아동에게 고문 같은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학대 도구를 사용된 프라이팬 외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이 발견됐다.
A양은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한 뒤 2017년 복귀하면서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아동 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장기간 폭행이 있었지만 긴 옷으로 상처를 가리고 다녀 담임 교사와 이웃 등은 학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보호기관에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데 학교는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