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기자 피해 정의연 관련 ‘몰래 보고’ 시도”

입력 2020-06-12 07:18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정대협) 회계부정과 관련해 야당에 ‘몰래 보고’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윤미향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에서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한 이 장관의 보고 일정이 잡혀있었다. 사전에 여가부 측과 협의된 일정으로, 여가부 간부들도 국회에 동행했는데 정작 이 장관이 예정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통합당 의원들은 40여분간 기다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합당 측에 전화를 걸어 “장관님이 복도에 카메라가 많은 것을 보더니 차마 발이 안 떨어진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곽 의원은 현장에 모여있던 취재진에게 “이 장관이 보고 장소까지 바꿔가면서 안 올 핑계를 찾더니 이제는 못 오겠다고 한다”고 말했고, 취재진은 이 장관이 국회보고를 ‘바람맞힌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이때 이 장관은 다른 층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취재진이 사라진 뒤에야 예정된 보고시각보다 50분 늦게 수행원들을 이끌고 곽상도 의원실로 와서 “지금부터 (정의연 관련)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 곽 의원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면담은 어렵다”면서 이 장관과 여가부 간부들을 돌려보냈다.

통합당 ‘윤미향 TF’는 추후 이 장관의 보고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은 “여가부 장관이 카메라가 앞에서는 윤미향과 관련한 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며 “국민들 눈만 가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매체에 전했다.

앞서 여가부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국회에서 요구하는 정의연 관련 자료제출을 모두 거부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