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 미국 증시 석 달 만 최대 폭락

입력 2020-06-12 09:01
(뉴욕 AF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석 달 만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1만 고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찍은 것과 상반된 낙폭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입만 열면 주식이 폭락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평이 단순한 불평에서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전날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2022년까지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지수는 정처없이 떨어졌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61.82포인트(6.90%) 하락한 2만5128.17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최대 3000포인트 수준 폭락한 일은 3월 중순 이후 석 달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8.04포인트(5.89%) 내린 3002.10에 마감했다.

파죽지세였던 나스닥지수도 하루 만에 1만 고지를 내줬다. 나스닥지수는 527.62포인트(5.27%) 하락해 9492.73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1~3위인 애플은 4.8%, 마이크로소프트(MS)는 5.4%, 아마존은 3.4%의 낙폭을 각각 기록했다. 페이스북 5.2%,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4.3%, 테슬라도 5.1% 내렸다.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2%(3.26달러) 하락한 36.34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6주새 가장 큰 낙폭이다.

미 언론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발병’ 우려가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했다고 평가했으나 2차 발병 우려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최근 장밋빛 랠리를 펼치던 증시가 경기호조라는 기반 위에서 이뤄지지 않았음에 조정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다만 랠리 속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항공·숙박 등 종목들이 이날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우려를 키웠다.

‘V자 경기회복론’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내던진 셈이다. 전날 연준이 제로 금리를 이어갈 것을 시사하며 유동성 기대감을 높였음에도 소용 없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