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숨고 최루탄 쏜 트럼프… “시위 대응 매우 쉬웠다”

입력 2020-06-12 04: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흑인 지지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해 백악관 주변에서 열렸던 시위 대응과 관련해 주 방위군과 경찰을 칭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백악관 주변을 돌본 우리의 위대한 주방위군”이라면서 “그것이 얼마나 쉬웠는지 거의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공원에서의 산책’이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위자들, 선동가들, 무정부주의자들(안티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방위군, (워싱턴)DC 경찰, 비밀경호국(SS)에 의해 매우 쉽게 처리됐다. 잘했다”고 칭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앞 시위대가 모여있던 라파예트공원에서 군중이 경찰과 방위군의 최루탄에 의해 해산된 뒤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했다. 이후 평화로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당시 대응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밤늦게 올린 트윗에서 워싱턴주와 시애틀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이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급진 좌파 주지사 제이 인슬리와 시애틀 시장은 우리의 위대한 나라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준으로 조롱과 놀림을 당하고 있다”며 “당장 도시를 되찾아라. 당신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할 것이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이 추악한 무정부주의자들은 즉시 굴복돼야 한다. 빨리 움직이라”고 했다.

이에 인슬리 주지사는 트윗을 통해 “통치할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은 워싱턴주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고,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도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만들라. 당신의 벙커로 돌아가라”고 맞받았다.

앞서 CNN방송 등은 백악관 주변까지 시위대가 다가온 지난달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아들 배런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이동해 1시간가량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피신보다는 점검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비밀경호국의 권유로 피신한 것”이라며 엇갈리는 설명을 내놓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