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 10년 넘었어도 ‘갈 길 멀다’

입력 2020-06-14 09:00
충북혁신도시 전경. 음성군 제공

충북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사진)의 공공기관 직원 10명 중 4명은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 직원들은 수도권에 비해 교육 환경, 정주 여건이뒤지는 혁신도시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직원은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지방으로 이사 올수가 없다”며 “지자체가 노력을하고 있지만 교육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3만9000명 수용하는 충북혁신도시는 2007년 첫 삽을 뜬 이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공동(空洞)도시’의 형태를 띄고 있다. 출퇴근 직원들이 많아 혁신도시는 밤이나 주말, 휴일에는 인적이 끊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달리 충북혁신도시는 수도권과 1시간30분 정도 거리로 가까워 직원 대부분이 출퇴근하거나 ‘나 홀로’ 이주족이 많은 편이다. 충북혁신도시에 정착한 직원 대부분도 미혼이거나 어린 자녀를 둔 30~40대가 대다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 11월에 발표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정착 실태와 향후 보완과제’를 보면 충북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이 21.9%로 전국 꼴찌였다. 40~60%에달하는 다른 지역 혁신도시보다 현저히 낮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전한 혁신도시 내 11개 공공기관의 통근족은 1262명으로 전체 3396명의 37.2%를 차지한다. 서울·경기 35대, 청주·세종 6대 등 41대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공기관 통근자는 하루 평균 930여명이다.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이 올해 책정한 통근버스 운영 예산은 32억33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연간 통근버스 운영비용이 350만원이나 된다.

해당 지자체는 교육·문화·여가·의료 시설 등 정주 여건이 좋아지면 공무원들의 이주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군은 이를 위해 맹동면 동성리 일대 1만5000㎡ 부지에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지난 3월 150억원을 들여 착공한 이 체육센터는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4000㎡) 규모로 200석 관람석을 갖춘 체육관과 7레인 짜리 수영장이 들어선다. 이 체육센터는 2022년 완공 목표다.

혁신도시 내 서전고등학교 하나뿐인 고교도 하나 더 늘어난다. 혁신도시에 들어설 본성고(가칭) 건립 계획이 지난 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284억원을 들여 건립할 본성고는 2023년 개교할 예정이다.
충북혁신도시에 들어설 소방복합치유센터 조감도. 충북도 제공

주민들의 최대 숙원인 의료기관 문제은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로 해결됐다. 2024년 개원하는 소방복합치유센터는 1328억원을 들여 21개 진료 과목과 300병상을 갖춘다. 전국 소방관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어 혁신도시의 의료 공백이 해소된다. 혁신도시에는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상급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진천군도 혁신도시에 육아종합지원 센터와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국도 21호선 진출입 교차로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북혁신도시는 2013년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처음 이전한 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평가원이 옮겨오면서 수도권 11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올해 5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2만6559명이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문화 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 혁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