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봐요. 져도 응원합니다. 그들 앞에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는 경기에서도 끝까지 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죠. 그래야 발전하는 것이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해 팀 사상 최다 연패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지도자와 선수들은 수시로 물갈이됐고, 이 틈에 계속되는 패배에 익숙해졌다. 한 경기를 이겨 연패를 끊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사상 최다로 기록된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에 다가간 것만으로도 한화의 올 시즌은 두고두고 거론될 일이다. 개막 한 달 만에 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된 한화는 극심한 부진을 탈출할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한화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인식(73) 전 감독은 최 감독대행에게 뚜렷한 목표의식과 선수를 신뢰하는 리더십을 제안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인근 카페에서 11일 오후 2시에 만난 김 전 감독은 “한화가 올 시즌에 베테랑 선수들을 내쳤다. 어차피 계약한 선수라면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감독은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의 기량이 살아나는 시점을 예상하는 안목도 가져야 한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를 그때그때 1군에서 쫓아내니 팀워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 감독은 2005년부터 4년간 한화를 지휘했다. 한화는 200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했고, 그 전후 시즌에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3위로 완주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한화의 마지막 전성기로 기억되는 시절이다. 당시 김 전 감독의 한화에서 ‘괴물 투수’ 류현진(32·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발굴됐다.
지금의 한화는 다르다. 팀 타율 0.236, 팀 홈런 20개, 팀 평균자책점 6.30으로 투타 주요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당연히 순위표에서도 7승 25패(승률 0.219)로 최하위다. 무엇보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 2010년 KIA 타이거즈와 함께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사상 최다 연패 공동 3위에 해당하는 16연패의 수렁이 뼈아프다.
한화는 이날 오후 6시30분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작되는 롯데와 원정 3차전에서 패하면 쌍방울 레이더스의 1999년 17연패, 또 1패를 추가하면 삼미의 18연패에 도달한다. 김 전 감독은 한화의 연패를 세지 않았다. 숫자에 연연하는 것보다 당장 흔들린 팀을 재건하는 현실감각을 김 전 감독은 중요하게 여겼다.
결국 팀워크다. 김 전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2001년 입단한 한화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베테랑 타자 김태균(38)을 특별히 언급하며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이 2군에서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김태균의 입장에서는 평생에 없던 고민이 생겼을 것이다. 이제 그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선수를 믿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결국 감독의 선택이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한화의 부진을 최 감독대행, 혹은 지난 7일에 팀 사상 최다 연패 타이기록(14경기)에 도달하고 자진 사퇴한 한용덕(55) 전 감독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았다. 선수단의 기량 하락도 김 전 감독이 지목하는 한화의 난제다. 그중 투수 워윅 서폴드(30)와 채드 벨(31), 타자 제러드 호잉(31) 같은 외국인 선수 3인방의 기량 하락을 우려했다.
김 전 감독은 “외국인 선수 3명이 한화 입단 초기인 2~3년 전의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누구라고 지목해 말할 수 없지만,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잘못 들였거나 보내지 않았어야 했을 선수도 있다. 팀 전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됐다. 스카우트부터 코칭스태프까지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이를 위해 코칭스태프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감독대행이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화에서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제시해 승리해야 한다. 그것 이외에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