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탓에 실물·금융 괴리↑…‘V자 희망’ 꺽은 파월

입력 2020-06-11 18:17

국내·외 주식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데, 기업실적 전망은 나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다니는 불확실성 탓에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가계·기업의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민간 신용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는 ‘불확실’이라는 용어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수습이 늦어져)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시장의 기대가 급속히 조정되면서 주가 등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물 경제가 떠받쳐주지 못하면 ‘증시 고평가’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이미 S&P500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달 11일 20.58 기록하면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PER은 주식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여겨지는 지표다. PER이 높더라도 기업실적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 현 증시는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기업실적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 증시 고평가 논란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경기 회복 속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가계와 기업 신용에 직격타를 날릴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경우, 임시·일용직 및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여건 악화→소득 저하→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수익성 악화→재무건전성 저하→부채상환 능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증시로 옮겨간 자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생산·교역 감소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의 전례 없는 봉쇄 조치가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효자’로 꼽히는 반도체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주요국의 경제 활동 재개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경기 회복 속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관련, “역사적으로 미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랠리를 이끈 ‘V자형’ 회복에 대한 희망은 너무 섣부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업률이 4월 14.7%에서 5월 13.3%로 호전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이며, 5월이 바닥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미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0.2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박재찬 기자,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