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갇혀있는 할매를 찾았다[이슈&탐사]

입력 2020-06-13 06:00 수정 2020-06-13 06:00
제주도에 사는 한 시청각장애인 할아버지가 돋보기로 자신의 신분증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주도 농아복지관은 지난해부터 실태조사를 통해 숨어 있는 데프블라인드들을 발굴하고 있다. 제주도 농아복지관 제공

지난해 초 제주도 모든 사회복지시설과 요양원에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발신인은 제주도 농아복지관.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시설에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쓴 건 정우정 기획홍보팀장 등 농아복지관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답장이 올 때마다 해당 기관을 방문해 시청각장애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길거리에 현수막을 붙이고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며 장애 복지 담당자를 만났다. ‘우리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회복지사와 수어통역사, 점역사 3명으로 꾸려진 조사팀은 제주 곳곳을 누비며 ‘데프블라인드’(Deaf-Blind)를 찾아냈다.

기록에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옆집 할머니도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인다’는 말에 뜻밖의 ‘발굴’을 한 적도 있다. 농아복지관이 이렇게 확인한 제주도의 데프블라인드는 57명이다. 대부분 장애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고 집 안에 방치돼 있었다. 눈 멀고 귀가 안 들린 채 살다가 사망했지만 장애 기록이 없었던 사람도 있다. 농아복지관은 올해는 도내 의료기관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