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타당성, 외부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입력 2020-06-11 17:49 수정 2020-06-11 18:14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52) 부회장에 대한 기소의 적절성 여부를 평가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는 앞으로 2주 안에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낸다. 다만 해당 의견에 강제력은 없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넘기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의결에 따라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번 부의심의위는 연령대 20~70대인 회사원, 주부, 교사, 의사, 대학원생 등 일반 시민 15명으로 구성됐다.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진행된 부의심의위에서는 수사심의위 소집과 관련해 팽팽한 찬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결은 15명 중 과반수 찬성 표결로 이뤄졌는데 찬성 측이 조금 더 우세했다고 한다. 부의심의위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에서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다고 최종 의결했다. 검찰이 장기간 수사해 기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의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남은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수사심의위 절차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심의위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 절차 준비에 돌입했다. 수사심의위는 150~250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 분야에서 사법제도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위원들이 포함돼 있다. 위원 중 15명을 추첨해 현안위원회가 구성되고 현안위원회에서 기소 여부를 다룬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각각 30쪽씩 의견서를 내고 위원회에 출석해 30분간 진술을 한다.

이 부회장 측은 불기소 가능성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건을 심의위 의견에 따라 불기소 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대검찰청 예규로 마련된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주임검사는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록이 20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사실관계가 단순한 사건에 적합한 것이지 대형 경제 사건을 심의위에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사건 종결 권한은 법률로 부여된 것”이라며 “예규로 마련된 심의위 의견이 검사 결정에 제약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시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검찰을 압박할 수 있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판단이다.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검찰로서는 사건 처리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수사심의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도입됐다. 검찰이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런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처음 제도를 만들었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에서 이번 사건은 재판에서 충실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 측은 법원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많아 기소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적법했고 아무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