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폭행 생존자” 조앤롤링, 트랜스젠더 논쟁 뛰어든 이유

입력 2020-06-12 00:47

성별 구분을 둘러싸고 트랜스젠더와 논쟁 중인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이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롤링은 10일(현지시간) 본인의 블로그에 ‘내가 성별에 대해 논쟁을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월경하는 사람들’(Menstruators)이라는 표현을 쓴 사설을 공유하면서 그 표현보다 더 적절한 것이 없냐는 글을 올려 트랜스젠더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롤링은 지난달 28일 SNS에 ‘월경하는 사람들에게 평등한 포스트 코로나19 세상 만들기’라는 칼럼의 링크를 올린 뒤 “월경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있었는데, 누가 날 좀 도와달라. 웜벤(Wumben)? 윔펀드(Wimpund)? 우머드(Woomud)?”라고 썼다.

여성을 성별로 구분하지 않고 ‘월경하는 사람’으로 부르는 현상을 비꼰 것이다. 최근 유럽에선 월경을 하지만 여성이 아닌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등을 고려해 해당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롤링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이 가정폭력과 성폭행의 생존자였다고 고백하며 ‘월경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에 민감한 이유를 밝혔다.

롤링은 “20년 넘게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가정폭력과 성폭행 생존자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기억해내는 게 상처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까스로 폭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지만 성폭행으로 남겨진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 목숨이 가해자의 손에 달린 공포를 알고 있다”며 “트랜스젠더 여성들도 폭력 등 모든 위협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지만 내 딸을 비롯해 소녀들과 여성들을 덜 안전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트랜스젠더 남성이 여성화장실과 여성탈의실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변화 없이 성별을 구분하고 있다”며 “모든 남성에게 여성화장실 문을 열어주는 꼴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적었다.

롤링은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행동주의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지적하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활동가들로부터의 비난과 협박이 계속 트위터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수많은 여성이 트랜스 활동가들로 인해 겁을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