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해볼래요?” 2차가해 중인 ‘위안부 망언’ 류석춘

입력 2020-06-12 05:00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향한 비하 발언과 학생 성희롱 등으로 구설에 오른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유튜브 ‘류석춘의 틀딱 TV’를 개설하고 2차 가해 발언을 삽입해 논란이다. 메인 화면에 ‘궁금하면 ‘구독, 좋아요’ 한번 해 볼래요?’라는 문장을 넣었는데 앞서 성희롱 논란이 일었던 자신의 발언을 차용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한 여성 대학생에게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며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해 성희롱 혐의를 받았다.


류 교수의 유튜브 ‘류석춘의 틀딱 TV’는 지난 3월 24일 개설됐다. ‘틀딱’이란 노인이 틀니를 착용한다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폄하성 신조어다. 유튜브 구독자는 1000여명으로 영상은 9개가 업로드돼 있다.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 이게 성희롱? 아무 반발도 없는데?’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면 노무현, 문재인은 유신앞잡이다’ 같은 영상도 포함됐다. 특히 성희롱 발언으로 인정 돼 학교 차원의 징계까지 받은 “한 번 해볼래요?”라는 문장을 채널 대문에 걸었고,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류 교수는 지난해 9월 전공 강의 도중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을 하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류 교수는 질문하던 여성 수강생에게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되물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세민주동문회, 이한열기념사업회 등 5개 동문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연세대에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지만 당시 그는 입장문을 통해 “이 문제는 스타일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학문의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고 이성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연세대는 지난달 그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위는 당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진술을 토대로 류 교수의 발언을 성적 모욕감을 동반할 수 있는 언어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류 교수는 징계 후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토론에 재갈을 물려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만들어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단순한 언어 성희롱 사건같이 포장됐다”며 “징계위 판단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대표적인 우파 인사다. 2005년 출범해 친일을 미화하는 등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이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일원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모임인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이 단체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웠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