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자칫 전국으로 확산될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4군데에서 집단감염을 파생시킨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발 감염은 열흘도 안 돼 누적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전일 대비 45명 늘어 총 누적 확진자 수가 1만1947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지역사회 감염 사례인 40명은 모두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리치웨이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이 116명까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 2일 이 업체에서 70대 남성 확진자가 처음 나온 후 열흘 만에 100명 넘게 감염된 것이다. 수도권 개척교회와 관련한 확진자도 94명까지 증가했다. 지난 4일 최초 확진자가 나온 양천구 탁구장과 관련해서도 7일 만에 60명이 감염됐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방역 당국이 감염 고리를 추적해 차단하는 속도보다 새로운 고리가 생기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의 ‘세대기’가 짧아서다. 세대기는 한 환자가 생기고 다음 환자가 발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방역 당국은 이 시간이 평균 3일이라고 분석했다.
리치웨이는 구로구 중국동포교회 쉼터, 성남시 방문판매업체 NBS파트너스, 강남구 명성하우징, 강서구 SJ투자회사 콜센터까지 최소 4개 집단의 무더기 확진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발생한 성남 하나님의교회 신도 확진자 1명도 리치웨이→엔비에스 파트너스→하나님의교회로 연쇄 감염된 사례였다. 지난 3일 발생한 인천 남동구 예수말씀실천교회 관련 확진자도 지난달 21일 리치웨이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회 관련 확진자 9명은 이날 리치웨이 관련으로 재분류됐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29일 수도권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강화 조치를 한 지 2주가 다 돼 가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당황하는 모양새다. 등교 개학 재개로 전국 확산까지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전국의 개학 후 학교에서도 준비된 방역 조치들, 학부모님과 학생들, 선생님들의 협조와 참여로 수업 재개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하루빨리 줄이고 긍정적인 면을 크게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의 생활방역 상황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사회·경제활동 전반에 제동을 거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집단감염의 확산세를 막을 수 있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2주간의 조치에 대한 현장의 실천 정도, 호응도, 새롭게 등장하는 클러스터(집단)의 추세 등에 대한 내부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