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이 다음달부터 미 정부의 지원 아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3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3상은 신약 시판 전 거치는 최종 검증 단계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다음달 모더나를 시작으로 8월에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9월에 존슨앤드존슨이 각각 미국 정부와 시험용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3상 임상시험은 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 점검하는 단계로, 수만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해 약품의 안전성 및 효력에 대해 유의미한 통계적 데이터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3개 실험용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은 미국을 비롯해 각각 50곳 이상에서 3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 제약사의 실험용 백신에 자금을 지원한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노력에 진전이 있으며, 초여름이면 최소 하나 이상의 백신 후보가 진전된 임상시험 단계에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전체 코로나19 백신 개발 노력에 좋은 소식”이라고 CNN에 말했다.
미 정부는 현재 개발 중인 다른 백신 후보에 대해서도 추가로 3상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10개 실험용 백신이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 중이다.
다만 백신 가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면 치료가 시급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정부가 지나치게 가격을 통제하면 기업들이 제품 판매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되는 탓이다.
파우치 소장은 “기업에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다”면서 “만약 기업을 대상으로 뭔가를 강제하려 든다면 기업은 거기서 손을 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통제에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정부가 기업의 제품 개발을 돕는 게 더 효과적”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기업은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수 집단 등 사회 취약계층의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적정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에서 유색인종 특히 흑인 사회를 더 크게 위협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는 흑인들에게 ‘이중타격’이 되고 있다”면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 때문에 그들(흑인)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흑인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십년에 거쳐 전염병에 크게 영향을 받는 소수 집단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