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막던 美·유럽, 이젠 中에 “항공편 늘려달라” 뒤바뀐 처지

입력 2020-06-11 17:08
중국에서 의약품을 싣고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글로벌타임스캡처

중국이 지난 1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을 봉쇄하자 세계 각국은 앞다퉈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며 문을 걸어 잠갔다.

중국은 가장 먼저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미국에 “과도한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처지가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중국에 항공편 증편이나 기업인 ‘녹색통로’(패스트 트랙) 절차를 요청하고, 중국은 ‘선별 수용’하겠다며 느긋해 하는 분위기다.

11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전날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기업들의 업무 재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방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방역 요건과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들의 항공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서방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방역 노력을 깎아내렸지만, 중국 상황이 안정되자 자국 기업인들의 중국 복귀를 위해 전세기로 신속 입국할 수 있는 ‘녹색 통로’ 제도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민항국은 “항공편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관련국들과 협의 중이며, 곧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증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항공편 증편의 전제조건으로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 대중국 코로나19 유입 정도, 해당 국가의 효과적인 방역체계, 기업의 업무 재개 시급성, 녹색 통로 제휴 여부 등을 제시했다.

따라서 중국과 이미 ‘녹색 통로’를 구축한 한국과 싱가포르의 입출국 항공편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와 상공회의소 등은 녹색 통로 구축이나 항공편 증편을 통해 자국 기업인들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중국에 요청하고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최근 직원들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려고 하는 기업들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소통을 적극 돕고 있다. 암참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전세기를 띄우지는 않겠지만 희망하는 업체들을 조율하고 있다”며 중국 복귀 방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독일 국민의 중국 복귀를 돕고 있는 주중 독일상공회의소도 “중국행 전세기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중 영국상공회의소는 “영국 기업인들의 중국 복귀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구축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패스트 트랙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며,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기업인들의 신속 입국을 위한 녹색 통로 구축을 추진 중이다.

패스트 트랙을 통해 전세기를 타고 입국하는 기업인들 외에 지방정부의 초청장을 받아 특별비자를 받고 다시 중국내에서 격리까지 하는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복귀하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기업들이 이처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직원들을 중국에 보내려는 것은 중국이 각국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 경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