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한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리알토 지역에서 흑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흑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폭행에서 인종차별적 동기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리알토 경찰은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62세 한인 남성이 전날 버스정류장에서 신원 미상의 흑인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노인 학대라는 중범죄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이 인종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는 정보가 인터넷에 돌고 있찌만, 용의자를 동기를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손녀가 소셜미디어에 폭행당한 할아버지의 사진과 함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손녀는 전날 트위터에 부상을 입은 할아버지의 사진과 함께 폭행 사실을 알리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 속 노인은 뺨과 코에 큰 상처가 나는 등 중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손녀는 이 글에 “내 할아버지가 버스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중국 바이러스’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적었다. 손녀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명명한 이후 모든 아시아인이 위협받고 있다”며 “피부색을 이유로 구타당해보지 않으면 이 심정을 모른다”고 호소했다.
폭행을 당한 한인 노인은 경찰에 자신을 폭행한 용의자가 ‘검은색 후드티에 흰색 바지를 입은 흑인 남성’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60대 노인이 폭행당했다는 소식에 현지 SNS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흑인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또 다른 인종차별을 가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손녀가 가해자로 흑인을 지목하며 아시아인과 흑인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러나 리알토 경찰은 가해 남성이 실제로 인종차별을 행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손녀의 주장과는 달리 가해 남성이 ‘중국 바이러스’ 등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버스에서 구타당했다는 주장도 달리 실제 폭행은 정류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보도자료에서 “소셜미디어에 오보를 게재한 가족도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인종적 동기에 따른 범죄인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녀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할아버지 폭행 관련 글과 사진을 삭제했다. 대신 “내가 인종 전쟁을 촉발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내가 올린 글은 인종차별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서로 혐오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