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보편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뜻밖의 그늘일까. 한 시계 수리점 주인이 CCTV까지 돌아가는 매장에서 마스크 쓴 고객에게 4000만원 가량의 롤렉스 시계를 도난당하는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경남 창원에서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정모(31)씨는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계 수리점에서 4000만원 가량 롤렉스 시계 절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열심히 벌어 차곡차곡 저축하며 살아가는 청년 사업자”라며 “불경기와 코로나19로 매출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사건까지 겪어 심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가 국민일보에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10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시계 수리점에서 롤렉스 시계 두점을 도난당했다. 시계 가격은 총 4000만원이 넘는다. 범인은 절도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도 두 차례 매장을 방문했다.
정씨에 따르면 범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쯤 매장에 처음 방문했다. 당시 범인은 롤렉스 시계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범인은 20분가량 고민하더니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업시간을 물어봤다. 정씨는 “매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이 범행 장소를 미리 살펴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6시쯤 범인은 현장에 다시 방문했다. 범인은 낮에 보고간 시계 두점을 다시 보여달라고 했다. 그 시간에는 다른 손님이 있어 범인은 쉽사리 범행을 저지르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신 쇼파에 앉아 고민하는 척했다.
정씨는 “범인에게 퇴근 시간이라고 했더니 10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며 “그 때 지인이 매장에 들어섰고 이 모습을 본 범인은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매장을 떠났다”고 했다.
범인은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쯤 다시 찾아왔다. 그는 시계 두점을 모두 구매하겠다고 했다. 정씨는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롤렉스 두점을 꺼냈다. 보증서도 같이 보여줬다”고 했다.
범인은 정씨의 눈치를 보더니 양쪽 손목에 시계를 차기 시작했다. 보증서도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정씨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매입가를 물어봤다. 정씨가 가격을 확인하는 사이, 범인은 그 틈을 노려 도망쳤다. 범인은 신발도 떨어뜨린 채 무작정 뛰어갔다.
정씨는 “‘도둑이야!’ 소리를 치며 따라갔다. 하지만 차도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범인을 놓쳤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범인 주머니에 있던 보증서 카드 하나가 떨어져서 회수했다. 두점 모두 롤렉스 센터에 분실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범인은 방문 첫날부터 범행 때까지 지문이 묻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계획성 범죄가 확실하다. 현재 경찰에 신고해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수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를 써도 의심할 수 없다보니 제가 너무 안일했다”며 “귀금속, 시계점 등 고가 (물건을) 다루는 매장 사장님들은 조심하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정씨에 따르면 범인은 키 174~177㎝로 반곱슬 머리에 30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