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올림픽’ 치르겠다던 아베, 왜 간소화 택했나

입력 2020-06-11 16:54 수정 2020-06-11 17:0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목표로 내건 ‘완전한 형태’의 도쿄올림픽 개최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대회 간소화 개최 방침에 합의하면서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경기 수나 선수단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조직위가 대회 관계자 수 축소, 관련 행사 재검토 등 대회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기본 원칙을 전날 IOC 이사회에 보고했고,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올림픽을 조촐하게 치르는 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구체적인 간소화 항목으로는 ‘개·폐회식 규모 축소’ ‘입장 관중 제한’ ‘성화 봉송 규모 축소’ ‘선수촌 운영 기간 단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회의 핵심 요소인 경기 수나 선수단 규모는 재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회 규모를 축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철회한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무토 도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이 “상황의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최악의 경우 선수단 감축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미우리도 올림픽이 예정된 내년 7월 전까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대응 방침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인류가 코로나19와 싸워 이긴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연기된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올림픽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궁여지책으로 간소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중순 주변에 “규모 축소를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내년에 개최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막대한 추가 비용도 대회 간소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위해 이미 126억 달러(15조885억원)를 투입한 일본 정부는 현재 추가 비용으로 28억 달러(3조353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회가 치러지는 도쿄의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는 전날 “비용 절감을 위해 간소화가 필요하다. 정부 및 조직위와 협력해 간소화를 추진하겠다”며 적극 수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올림픽 취소만은 피하고 싶은 일본 정부와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싶은 도쿄도 지방정부 및 조직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간소화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