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확진자” 소식에, 영화계 희망→전운

입력 2020-06-11 16:51 수정 2020-06-11 16:56
한 영화관 전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71명이 모인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정부의 반값 할인 티켓 배포와 신작 개봉에 힘입어 조심스레 극장 정상화를 꿈꾸던 영화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 송파구는 8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외국영화 신작 시사회에 다녀간 관악구 거주 26세 여성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관악구 70번째 확진자인 A씨는 지난 6일 강남구 소재 명성하우징 직원인 강원도 춘천시 9번 확진자와 접촉한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됐다.

당시 시사회에는 471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이 중 140명 가량이 있었던 5관이다. 이 상영관 역시 좌석 거리두기를 위해 평소 좌석의 절반 이하만 활용됐다.

극장과 영화 배급사 측은 발열 체크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확진자의 입장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로부터 받은 개인 정보 자료도 보건당국에 제출됐다. 송파구는 CCTV를 확인해 밀접접촉자를 파악한 후 자가격리 조치를 지시한 상태다. 롯데시네마는 11일 “확진자 방문 사실을 통보받은 10일 영업을 조기 종료했고, 해당 상영관과 영화관 전체를 전문방역업체가 추가 방역했다”며 “현재는 정상영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영화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6월’은 영화계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극장가를 되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졌다. 전년 대비 관객 수가 90% 이하로 급감해 입은 손실이 막대한 데다, 7~8월 텐트폴(성수기 대작) 영화들이 개봉하기 전달인 6월에 끊긴 관객 발길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회생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극장 수익이 제작사·배급사·창작자에게로 전달되는 우리나라 영화산업 구조상 극장 관객 수 감소는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다행히 자취를 감췄던 국내 신작이 하나둘 개봉하면서 근래 극장에는 재기의 희망이 감돌았다. 지난 4일 송지효 김무열 주연 영화 ‘침입자’가 개봉한 이후 주말(6~7일) 관객 수는 전주의 두 배 이상인 32만명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주연의 ‘결백’이 10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 18일에는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이, 24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가 선보일 예정이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 추세라면 대작들이 맞붙는 7~8월에는 적어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극장가가 다시 얼어붙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크게 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토로했다.



한산한 영화관 전경. 연합뉴스


6000원 할인권을 100만장 넘게 나누어 주며 극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던 영화진흥위원회도 난감한 모양새가 됐다. 영진위는 “영화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거리두기 좌석제와 발열 체크, 음식물 섭취 제한 등 극장과의 협업 조치로 지금껏 별다른 코로나19 이슈 없이 극장 정책을 운용해 오기도 했다. 영진위는 이번 사건으로 일반 상영보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시사회 특성을 고려해 30% 정도의 좌석 마지노선을 배급사를 통해 알림 공지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