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미국판’ 동학개미…“증시에서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입력 2020-06-11 16:36 수정 2020-06-11 18:41

“근 20년간 개인투자자들이 단일 종목의 주가를 이렇게 쥐락펴락하는 건 처음 본다”

월가의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변동장에서 일명 ‘미국판 동학개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젊은 투자자들의 주식거래 앱을 이용한 무모한 ‘베팅’이 있다.

이날 나스닥에 상장된 애니메이션 업체 ‘지니어스 브랜드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장중 47%까지 급등했다. 해당 종목은 지난 3일에는 종가 기준 93% 가량 올랐다. 지난 9일 중국 부동산업체 ‘Fangdd’의 주식예탁증서(DR) 값은 전일 대비 394.9% 치솟았다. 별다른 호재도 없는 비우량 주식이 급등하는 이상 패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주식 앱을 이용한 ‘묻지마 투자’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무료 주식거래앱 ‘로빈후드’다. 이 앱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하고, 평균 연령은 31세다. ‘돈 벌 때가 됐다(It’s Time to Do Money)’는 슬로건을 내건 앱에선 올 1분기 300만개 가량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다른 주식거래 앱 ‘위불 파이낸셜’의 지난달 이용자 접속률도 지난 2월 대비 500% 증가했다.

앱을 통해 투자 경험이 부족한 젊은 층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니어스 브랜드는 주가 급등 당시 디즈니나 넷플릭스에 인수된다는 루머가 돌았고, 이날 로빈후드 이용자 중 지니어스를 산 사람은 16만4500명이었다. Fangdd의 경우 미 IT 우량주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와 이름이 비슷한 탓에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추측이 나온다.

로빈후드 이용자들은 파산기업의 주가까지 끌어올린 전적도 있다. 최근 파산신청을 한 렌터카업체 허츠는 지난 8일 주가가 115% 급등했는데, 지난주부터 로빈후드앱을 통해 허츠 주식을 사들인 사람이 9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는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뿌린 막대한 현금이 모바일 앱을 이용한 ‘대혼란의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한 트레이더는 “최근 증시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며 “라스베이거스, 마카오에서 벌어지는 도박이 주식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