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코로나19’ 여파로 15년 역사 끊기나

입력 2020-06-11 15:21
지스타 전시장 모습.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최대 규모 게임 박람회의 15년 역사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 통상적인 준비 기간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스타 개최를 주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올해 11월 예정된 지스타 개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맘때 참가 기업을 확정하고 디테일한 행사 계획을 짜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장 코로나19은 예측이 어려운 요인이 많다”면서 “지금쯤 의사결정이 상당부분 이뤄져야 하는데, 개최가 불투명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안에 개최여부를 확정해 공식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스타는 게임사들이 신작을 발표할 최적의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는 36개국 691개사 참여해 3208개 부스를 조성했다. 나흘간 진행된 행사에 24만4309명의 인파가 몰리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 게임사들은 간담회를 열거나 관람객이 직접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도록 부스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홍보활동을 벌인다. 게임 강연(G-CON), e스포츠 대회 등의 부대행사와 함께 기업간 사업을 논의하는 BTB관도 별도 운영된다. 근래엔 유명 인플루언서가 행사에 참여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다수의 인원이 운집하는 게임 박람회 특성상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세계적인 연례 게임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추세다. ‘E3’(미국), ‘게임스컴’(독일), ‘도쿄게임쇼’(일본), ‘타이베이게임쇼’(대만) ‘블리즈컨(미국)’ 등이 모두 개최가 무산됐다. 일부 행사는 온라인 진행을 모색 중이지만 직접 게임을 시연하는 게임 박람회의 특장점이 사라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오프라인 게임 행사도 대거 취소되는 분위기다. 넥슨은 이달 개최 예정이었던 게임 개발자 행사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를 잠정 연기했다. 지난 5월 개최 예정이었던 ‘플레이엑스포’ 또한 주최측인 경기도가 취소를 공식화했다. 이 외에 신작 발표회나 유저 간담회 등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지스타는 수익성이 떨어져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자립을 넘어 큰 수익을 내는 국내 대표 게임 행사가 됐다”면서 “한창 잘 되는 상황에서 악재를 맞이하게 돼 행사 주최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굉장히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