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희망 꺾은 파월, 향후 대책은?

입력 2020-06-11 15:03 수정 2020-06-11 15:38
올 -6.5%성장률 제시, 향후 수개월이 고비
월가, “9월 국채이자 고정시키는 YCC 도입가능성”


<로이터·연합뉴스 >

9~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이목을 끈 것은 최근 실업률의 대반전에 따른 경기 판단 여부였다.

금리를 현수준인 0~0.2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답은 “경제 회복 속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역사적으로 미약할 것"이며 회복세가 올해 말부터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개월이 고비라고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실업률 등 일부 지표를 가지고 최근 증시랠리를 이끈 V자형 회복에 대한 희망은 너무 섣부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이 4월 14.7%에서 5월 13.3%로 호전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이며 5월이 바닥일 가능성도 시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6.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5%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연준은 2020년 성장률로 2.0%를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실업률로는 9.3%를 예상했다. -6.5% 성장률은 -5.9%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보다 더 비관적이다. 실업률의 전망치도 연도별로 폭이 넓어 연준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상당함을 반영한다.

연준이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는 2022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말과 내년 말, 2022년 말 모두 0.125%를 기록했다.

2022년까지 물가가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 것이 제로금리 지속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해 장기 유지가능성과 함께 “도전적인 시기에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수단(full range of tools)을 동원하겠다"며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정부양책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신속하게 대규모의 강력한 정책을 투입한 점은 긍정적이나 추가 부양 필요성도 언급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국채금리 상승세 지속 등 시장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을 경우 포워드가이던스를 더욱 강화하고 YCC(국채수익률통제) 등 추가 통화완화 수단의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은행과 JP모건 BNP파리바 등은 파월 의장이 향후 재논의 방침 등 개방입장을 취한 YCC가 9월 FOMC에서 패키지로 도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에서 최근 도입한 이 제도는 일부 국채 금리에 상한선을 정하고 채권을 매입하는 정책이다. 물가가 지금처럼 하향 안정화돼 있을 때 유용하지만 인플레 압박이 강할 때는 정책적 난관에 부닥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