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곡동 불법 매립쓰레기 처리 첩첩산중

입력 2020-06-11 14:23

광주 일곡지구에 불법매립된 쓰레기 처리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매립현황과 환경영향 조사에만 최소 1년6개월이 걸리는 데다 천문학적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거센 논란이 불가피하다.
광주시는 “일곡지구 제2,제3 근린공원 2곳에 묻힌 쓰레기 14만2000t의 처리방안을 찾기 위한 자문단을 꾸리고 내년부터 환경영향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폐기물 전문가와 변호사 시의원 주민대표 등으로 다음 달까지 구성될 자문단은 환경오염과 사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처리방안을 마련한다.
전문 조사업체를 선정하고 관리·감독을 맡게 된다. 시는 연말까지 전문 조사업체가 구체적 계획서를 작성한 뒤 내년 상반기 매립현황과 환경오염 여부에 대한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일곡지구에 매립된 쓰레기가 당초 시장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조사결과 시민건강 등에 유해성이 있다고 판명되면 페기물 관리법상 행정처분 즉 조치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문제는 정밀조사에만 최소 1년6개월 이상이 걸리고 지하의 쓰레기를 파헤쳐 특정장소에 옮기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 사이에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곡지구 불법매립 쓰레기 제거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건강에 유해한 쓰레기는 당연히 다른 곳으로 옮겨 합법적으로 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가 2·3 근린공원뿐 아니라 택지개발 과정에서 일곡지구 여러 곳에 불법적으로 쓰레기를 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면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주민들은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되고 집값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쓰레기를 파내는 데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데 쓰레기를 다시 파내고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악취 등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600억~8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처리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법 매립에 대한 책임소재와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놓고 시와 LH가 장기간 법적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불법매립 쓰레기는 2018년 12월 2·3근린공원에 시립 청소년문화의집 건립공사를 하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과거 생활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공원부지 지하 4∼11m 지점에서 14만2000t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묻혀 있는 사실이 20여년 만에 드러났다.
이에 따라 1989∼1996년 일곡 택지지구를 개발한 당시 한국토지개발공사가 쓰레기를 함부로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원부지에 건축물이 영구적으로 세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생활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그대로 지하에 그대로 묻고 표면을 흙으로 덮었다는 것이다.
당시 광주시도 이를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롯데·쌍용·벽산·금호·현대 등 20개 아파트 단지에 2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입주한 일곡지구는 초등학교 4곳, 중학교 5곳, 고교 2곳, 특수학교 1곳 등 각급 학교 12곳이 몰려 있는 데다 지구 내에 금융·상업시설까지 골고루 갖춰 광주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뛰어난 주택지구로 꼽힌다.
광주시 김석웅 환경생태국장은 “유해성 조사결과를 토대로 처리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며 “쓰레기를 옮겨야 한다면 LH와 소송을 거쳐 비용부담 주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