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텐트’ 차명진 “‘가짜보수’ 김종인 고소한다”

입력 2020-06-11 13:48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차명진 전 의원이 11일 “미통당(미래통합당)이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내정한 이경전 교수를 하루만에 잘랐다. 차명진의 세월호 텐트 ○○○발언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 전 의원은 통합당을 맹비난한 뒤 “좌파뿐만 아니라 가짜 보수도 국민의 적”이라며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차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경전 교수에게 미안하다. 아니, 오히려 축하드린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면 상처만 받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차 전 의원은 “협잡꾼 투성이인 그곳에 들어가서 평생 동안 쌓아온 양심적 지식인으로서의 경력에 흠집을 내지 않게 됐으니 다행”이라고도 했다.

차 전 의원은 “진실을 말했다고 잘라내는 집단과 무슨 일을 도모하겠는가. 이 교수의 오늘 치욕은 장차 새옹지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건 그렇고 나도 더 이상 못참겠다. 진짜 진짜 미통당과 결별”이라며 “좌파뿐만 아니라 가짜 보수도 국민의 적”이라고 했다.

차 전 의원은 “첫 번째 단계로 김종인을 고소한다”며 “그는 선대위원장을 하면서 진실을 말한 나에 대해 자기 권한에도 없는 제명을 기정사실화해서 사전선거에서 나에게 심각한 표의 손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에 부화뇌동한 자들까지 고소한다”며 “미통당아 기다려라, 당신들이 먼저 도발했다”고 했다.

차 전 의원은 4·15 총선에서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다가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 결정을 통해 제명 처분을 받지 않고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의 징계로 사전투표에서 많은 표를 잃었다는 게 차 전 의원 주장이다.
차명진 전 의원

앞서 김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인공지능(AI) 전문가 이경전 경희대 교수를 영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 교수가 총선 기간 페이스북에 차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막말을 옹호하는 글을 쓴 것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차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세월호 기사를 공유하며 “세월호 막말을 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 막말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가를 아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세월호 유가족 텐트 속을 몰랐던 국민들이 오히려 차명진이 막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라고 썼다. 다른 글에서도 “세월호 유가족 텐트 사건 분노해야 할 일이지 조롱해야 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죽은 것을 추모하고 투쟁한다는 자리에서 그러느냐”고 적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이 교수를 여연원장으로 임명하려던 시도를 철회했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김 위원장이 없던 일로 하자고 문자를 보내 알겠다고 했다. 애초 고사하려는 생각이었다”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내 생각이고 이것이 판단 근거가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그 사람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일단 얘기가 나서 언론에 그 사람 그동안 행동한 것이 보도됐으니 그걸 참작해 내가 결론 내린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로 막말이 꼽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차단한 셈이지만 당내에서 비판이 터져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김 위원장 스스로가 총선 기간에 사과하고 제명을 결정했던 세월호 막말을 옹호할 정도의 정무 감각과 감수성을 가진 분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 추진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파격 강박증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인식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 당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