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줄줄… 학생들 정신혼미” 대구 현직교사, 등교 반대 청원

입력 2020-06-11 13:34
연합

전 학년 등교수업이 시작된 가운데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교육 현장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구의 모 중학교 현직교사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금 교실에는 어떤 행복도 느낄 수 없다. 35℃ 이상의 기온에 문 열린 교실에서 학생들은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빼앗겼다”며 등교 개학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을 중학교 교사이자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9일 ‘1%를 얻기 위해 99%가 말살된 등교 개학’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A씨는 “학생들과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데 울컥했다”며 “아이들이 침묵 속에서 맛도 없는 간편식을 먹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생님 말을 들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이 기특하지만, 학생들의 자유와 편안함마저 빼앗은 상태에서 도대체 왜 이런 무리한 개학을 강행하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A씨는 그러면서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해 학생들이 정신혼미, 졸음 등을 호소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서서 수업을 하다 보면 교사들도 온몸이 땀에 젖고 어지러울 지경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수업은 어떤 협동도 창의성도 발현될 수 없다. ‘입 닫고 듣기만 해’ 형태의 비효율적인 수업 형태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며 “이미 교사들은 과부하 상태다. ‘온라인 이수’ 챙기고 ‘현실 수업’ 준비하랴, ‘온라인 수업’ 녹화하랴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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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의 걱정도 크다며 “학교에서 코로나19 관련 가정 통신문과 공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왜 이렇게 숙제가 많으냐, 왜 이렇게 숙제가 적으냐, 왜 소독제를 앞에만 두고 쓰느냐, 왜 우리 애는 침 많이 튀는 앞 좌석이냐 등 민원도 가지각색이다”며 “얼마나 불안하면 이럴까 싶다. 나 역시 자녀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눈으로 보지 못하니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고 말했다.

이어 “등교 개학을 통한 학습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 1학기는 학생·부모·교사 모두의 인내와 희생으로 끌고 왔다고 해도 2학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교사와 학생이 안정적인 학습 계획과 안전한 환경에서 지금보다 안심하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2학기 등교 개학은 전면 온라인으로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