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쇠사슬 감아 묶어놓고 설거지할 때 풀어줬다”

입력 2020-06-11 12:39 수정 2020-06-11 13:32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친모와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다 탈출한 9세 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알려진 가혹 행위 외에 부모로부터 당한 참담한 추가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 경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A양(9)은 친모 B씨(27)와 의붓아버지 C씨(35)에게 당한 학대 피해를 호소했다. A양이 처음 발견될 당시 구조주민에게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졌다”고 털어놓은 것 외에도 끔찍한 내용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조현병 병력이 있는 친모 B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한 사실도 전해졌다. B씨와 C씨는 쇠막대기를 이용해 A양의 온몸과 종아리를 때렸고 시커먼 멍자국이 생겨났다. A양은 “집에 있는 몽둥이 같은 것으로 맞았다. 욕실에서 물에 머리를 잠기게 해 숨을 못 쉬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근 채 테라스에 방치한 것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이틀간 묶여 있다가 잠시 줄을 풀어준 사이 도망쳤다. A양은 “평소에는 쇠사슬로 된 목줄에 묶여있다가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할 때만 풀려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양이 탈출한 집은 건물 4층으로 A양은 자신의 집 난간에서 옆집 난간으로 넘어가 도망친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경찰은 또 A양이 “혼자 다락방에서 살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집 안에서도 철저히 감금된 생활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모든 학대 과정에서 식사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었으며 A양은 “하루에 한끼만 먹었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학대도구로 보이는 물품들을 다량 압수했다. 프라이팬과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막대기 등이다.

이번 사건은 A양이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A양은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심한 상처가 있었다. 또 손톱 일부가 빠져있기도 했고 머리에는 찢어져 피가 흐른 자국이 남았다.

수사가 본격화되고 B·C씨 부부는 학대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후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이 A양의 의붓동생 3명에 대해 임시 보호 명령 결정을 내리자 두 사람은 이에 항의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B·C씨는 10일 오후 주거지에서 신체 일부를 자해하거나 4층 높이에서 투신하려했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