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인공지능(AI) 전문가 이경전 경희대 교수를 영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 교수가 4·15 총선 기간 페이스북에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텐트 막말’을 옹호하는 글을 쓴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차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세월호 기사를 공유하며 “세월호 막말을 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 막말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가를 아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세월호 유가족 텐트 속을 몰랐던 국민들이 오히려 차명진이 막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라고 썼다. 다른 글에서도 “세월호 유가족 텐트 사건 분노해야 할 일이지 조롱해야 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죽은 것을 추모하고 투쟁한다는 자리에서 그러느냐”고 적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이 교수를 여연원장으로 임명하려던 시도를 철회했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김 위원장이 없던 일로 하자고 문자를 보내 알겠다고 했다. 애초 고사하려는 생각이었다”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내 생각이고 이것이 판단 근거가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그 사람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일단 얘기가 나서 언론에 그 사람 그동안 행동한 것이 보도됐으니 그걸 참작해 내가 결론 내린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로 막말이 꼽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차단한 셈이지만 당내에서 비판이 터져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김 위원장 스스로가 총선 기간에 사과하고 제명을 결정했던 세월호 막말을 옹호할 정도의 정무 감각과 감수성을 가진 분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 추진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파격 강박증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인식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 당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