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난청이 심한 조영찬(49)씨는 종일 공부만 한다. 나사렛대 대학원 신학과 박사 과정에 있는 그는 얼마 전 전공 책 100권을 읽었다. 논문 작성 전 종합고사 1차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다.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점자정보단말기에 올라오는 점자를 손으로 만져 읽었다. 아내 김순호(57)씨는 “(남편이) 책을 읽으려면 점자단말기로 읽을 수 있도록 모두 파일 작업을 해야 해요. 그걸 한 줄씩 읽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영찬씨는 박사 과정 이전에 석사 학위를 2개나 땄다. 각각 신학, 기독교상담학 전공이었는데 5년이 걸렸다. 이후 3년간 박사 학위에 필요한 학점을 전부 취득했다. 그는 왜 이렇게 공부만 할까.
영찬씨는 취재팀과 메신저 인터뷰에서 “답답해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타인과 대화하지 못하고 주변 상황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쌓이다 보니 ‘알고 싶다’는 욕구가 농축되면서 공부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된 것 같습니다.”
영찬씨는 자신을 ‘우주인’에 비유한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현실이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우주 같다는 이유다. 이런 그에게 공부는 ‘별빛’이다. “우주에는 영롱한 별빛도 있죠. 제 안에 있는 꿈이라는 별빛을 따라 우주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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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