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정상화 위해 종교 등 인권 문제 해결 필요”
2018년 북·미 정상회담 2주년 기념일 이틀 전 발표
“북한에 실망” 이어 인권 거론…대북 ‘강경’ 선회 분석
“북한, 종교활동에 처형·고문·구타·체포 등 가혹행위”
미국은 “북한이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완전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해왔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의 북한 항목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의)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북·미) 두 나라가 더욱 가까운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미 국무부가 지난해 발표했던 ‘2018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의 북한 항목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의 종교 상황과 관련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와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등의 보고를 주로 인용했다. 간접 설명 방식을 통해 수위 조절에 애쓴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국무부가 9일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힌 데 이어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도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면서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 스탠스로 선회하고 있다는 징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북한 헌법에서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처형·고문·구타·체포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가혹하게 다뤄왔다”고 지적했다.
유엔 COI가 2014년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종교·사상·양심·표현·집회 결사 등의 자유를 거의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한국 NGO의 2013년 추산에 근거에 북한에는 8만명∼12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돼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종교 활동을 이유로 갇혀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통일연구원의 연구를 인용해 “북한 정부는 기독교인들을 외국 세력의 침략 도구로 계속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어 유엔은 북한 내의 기독교인 숫자를 20만명∼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다. 미국은 그동안 인권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북·미 대화를 위해 북한의 인권 문제 거론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종교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북·미 정상화를 연계시킨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북한이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끊은 것에 대해 미 국무부가 “실망”이라는 직설적 표현을 쓴 데 이어 북한의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샘 브라운백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이날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길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대사는 이어 “북한은 갈 길이 멀다”면서 “종교적 박해의 영역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지독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가진 별도의 브리핑에서 북한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모든 종교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억압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1998년 미 의회가 제정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자유를 평가하고 있다. 또 이 법에 따라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에 대해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포함해 중국·이란 등 9개국을 지난해 12월 18일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고 이번 보고서에서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