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뇌피셜”vs진중권 “유치해”… 文대통령 두고 설전

입력 2020-06-11 04:59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사진)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에 청와대 전직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의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원고를 고치는 모습과 수정된 원고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윤 의원은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씨의 자유입니다만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이 된다. 꼭 참고하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내 식구 철학’과 ‘양념’ 발언 빼면 기억나는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면 치열한 고민의 흔적, 평생에 걸쳐 형성해온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시대정신이 담겨있다”며 “문 대통령의 연설엔 빠져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에 나선 것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친구는 참 잘 두셨는데, 참모는 좀 잘못 두신 듯”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저도 그다지 대통령 비판 잘 안 한다.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대통령은 참모들에 의해 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이런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며 “달은 혼자 빛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는데 이분은 정말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끼는데 문 대통령을 보면 그게 없다”면서 “친문, 폐족들이 노무현 팔아먹고 있는 걸 웬만한 자기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막았을 거다. 그런데 그분한테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 이후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며 “말씀 자료 초안을 올렸다가 당신이 직접 연필로 가필하거나 교정한 문안을 받아 보고 어떤 때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안심도 하고 그랬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승창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역시 “문 대통령이 남이 써준 것 읽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체 진중권씨는 무엇을 보고 누구에게 들은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