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대입 불이익 없게 ‘수능의 허들’ 낮추겠다지만…

입력 2020-06-10 18:15

교육부와 대학들이 마련 중인 ‘고3 수험생 구제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대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교육이 파행 운영되면서 재수생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대학들은 고3 1학기 비교과 비중을 낮추거나 ‘수능의 허들’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 상황이라 해도 대입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규칙을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10일 “서울대가 제출한 대입전형 변경 사항을 심의 중이다. 조만간 심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최근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기존에는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였는데 ‘3등급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1년 10개월 전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확정 발표한다. 변경하려면 대교협 심의를 거쳐야 한다.

최저학력기준은 대학들이 수시 전형에서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능 성적이다. 학교생활기록부나 논술 성적 등이 출중해도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된다. 서울대는 이 기준을 낮춰 고3 수험생의 수능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로 보인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고3 재학생만 대상이어서 논란이 적을 수 있다. 재수생도 원서를 넣는 전형의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대학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교협 관계자는 “서울대 건은 고3에 국한하므로 적극 검토 중이지만 (전체적으로)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문제는 수험생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활동 반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학부모 간담회에서 “고3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교협과 협의하겠다”라며 처음 고3 대책을 예고한 이래 대학가에서 유력하게 검토해온 방안이다(국민일보 2020년 5월 19일자 1·3면 참조).

연세대는 고교 현장에서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비교과 활동 기록 중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실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졸업생들의 3학년 비교과 활동도 반영하지 않기로 해 2학년까지 실적으로 당락을 가르게 된다.

다른 대학들도 연세대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세대처럼 공표할 수도 있고 재수생의 반발 등을 의식해 학종에서 종합 고려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현재 고3 학생부와 재수생 학생부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으로 올해 대입과 관련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3 구제 방안보다는 면접이나 실기 등 전반적인 대입 전형 운영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