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체포 과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인종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23)가 일본의 인종 차별 문화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온라인 매체 리테라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차별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침묵하지 말고 소리 높여 움직이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오사카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엔 트위터에 자신이 3살 시절까지 거주했던 일본 오사카 지역의 ‘차별 항의 집회’ 공지문을 공유했고,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 일본어로 ‘부탁합니다’라고 직접 쓰기도 했다.
오사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만연한 차별 문화 때문이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유색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일부 계층에선 여전히 ‘일본엔 차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사카는 “일본에도 차별이 있다”며 이에 반대한 것이다.
보도 내용처럼, 오사카가 올린 게시물엔 ‘일본엔 차별이 없다.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 ‘일본에도 흑인이 있었네(웃음), 누가 자금을 대서 집회를 개최한 걸까’란 악플이 달렸다. 오사카는 이에 분개해 지난해 자신의 피부색을 웃음거리로 삼은 일본 코미디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코미디언은 ‘오사카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질문에 ‘표백제다. 그 사람은 피부가 너무 그을렸다’고 대답했다가 뒤늦게 사죄했다. 오사카는 사죄 내용을 다룬 영어 뉴스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뭐라고?’란 글을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오사카가 일본에서 받은 차별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애니메이션은 오사카를 캐릭터화하면서 피부색을 바꾸는 ‘화이트 워시’를 했고, 오사카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인종 차별에 대해 뉴욕 타임즈가 2019년 8월 기사화한 적도 있다. 매체는 “이는 오사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아프리카계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이 개인의 감정에 근거한 편견으로 차별 행위를 한다. 심지어 제도적으로도 이들은 현저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특히 “‘역사적·제도적으로’ 억압돼온 재일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정부·지자체의 지극히 부당한 차별적 대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재진행형”이라며 일본인들의 재일 한국인 차별을 따로 언급했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지난 2018년 US오픈과 2019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다. 1년 전 세계 여자 스포츠스타 수입 부문에서 464억원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테니스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일본 국내에서의 차별은 유명 선수에게도 향할 정도다.
오사카는 지난 3일 트위터에 “만약 당신이 지난주(플로이드 사망 당시)에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면, 만약 당신이 정의를 위해 일어서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면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며 일본 내 만연한 차별 문화를 꼬집었다.
오사카 에이전트사 IMG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5년 후 오사카는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여러개 획득해 테니스 선수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나갈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는 일본에서 다양한 인종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바꿔주고 뒤를 있는 사람들을 위한 문을 열어줄 것이다”고 했다. 그 말처럼 오사카는 일본 내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