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열풍’ 오피스텔, 왜 깡통전세 나오나

입력 2020-06-11 06:00 수정 2020-06-11 06:00

거듭되는 규제 속에서 아파트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오피스텔의 여건이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정부의 아파트 규제가 거듭될수록 좋은 입지에 들어서는 신규 오피스텔 청약 열풍은 거세지고 있다. 반면 공급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면서 구축 오피스텔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는 깡통전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축 오피스텔 청약에 여전히 많은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대전 도안신도시 일대에 건설하는 힐스테이트 도안은 1순위 청약에서 392실 모집에 총 8만7397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2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일에는 수원 동탄역 해리엇 에디션84 오피스텔이 전체 150실 모집에 2만7000여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1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 과세, 청약가점, 전매제한 등의 조건에서 자유로워 아파트의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오피스텔의 주거 기능이 강화되면서 실거주 용도가 더 강화됐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경기 지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는 2018년 11월부터 19개월째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새 계속된 정부 아파트 규제로 대체재로 떠오른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은 내림세를 탔다. 지난해 8월부터 매매가가 오르기 시작했던 서울은 꾸준히 매매가 오름폭을 줄여오다가 지난달부터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축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크게 높은 상황에서도 평균 매매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는 것은 아파트 규제 강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청약 시장이 불붙는 동안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늘어난 반면 비인기 단지 매매 가격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급이 늘면서 학교나 직장 등 오피스텔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입지를 갖추지 못한 오피스텔은 공실이 길어지고 있다”며 “중소 건설업체에서 공급하는 소규모 오피스텔이 많은데 이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오피스텔을 처분해도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0.73%를 기록하면서 2019년 1월(79.99%)부터 17개월 동안 꾸준히 올랐다. 일부 오피스텔에서는 이미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기도 했다. 권 팀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이 공격적으로 대출받아 마구잡이로 오피스텔에 투자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법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오피스텔을 구매할 경우 자칫 깡통전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