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내년부터 일반 중학교로 전환된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연장선에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반면 교육 선택권과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열린 특성화중학교 지정·운영위원회에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결정을 내린 표면적인 이유는 지정·운영성과 평가 지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선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과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하다는 점을 꼽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제적 인재 양성 교육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오후 9시까지 방과후 학습을 시키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 활동 재정지원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학비가 연간 평균 1000만원 안팎인 데 반해 학생 1인당 교육활동비는 공립 중학교 평균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사회통합 전형(기회균등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특성화중 운영성과평가에서 지정취소 기준 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올라가고 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감점이 5점에서 10점으로 상향조정된 점도 지정 탈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국제중이 입시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변질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브리핑에서 “국제중은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가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들을 분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2개교에 대해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해당 학교들은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다만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번 교육청 결정을 환영했다. 30개 교육 관련 시민단체의 모임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 “재지정 취소는 순리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서울 내에 국제중이 없어지면 ‘일반 명문중’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두 학교는 추첨선발 방식에도 불구하고 일반전형 경쟁률이 10대 1에서 20대 1 수준을 유지했다”며 “이들이 특정 학군으로 몰리며 ‘일반 명문중’이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우선 청문 절차에서 소명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대원국제중 관계자는 “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법적 대응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2개 국제중이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음에 따라 다른 국제중 재지정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국에는 모두 5개 국제중이 있다. 이 가운데 2018년 문을 연 경남의 선인국제중을 제외하고 경기도의 청심국제중과 부산의 부산국제중도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이나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독립적 평가를 마치고 발표를 앞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