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이동통신 업계가 정부의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역대급 과징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면서 사업자는 물론 유통망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측도 과징금 규모를 놓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10일 이통업계는 방통위로부터 전달받은 5G 불법보조금 조사결과 내용과 시정조치안에 대한 소명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보받은 위반 건수와 위반률 등으로 추산할 때 감경이 없다면 최대 700~800억대의 과징금을 내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보조금 지급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방통위는 4개월에 걸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조사 과정에서 온라인 유통망과 집단상가, 도·소매 등 판매 채널을 가리지 않고 적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법 위반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경우 5G를 대상으로 한 첫 제재가 된다.
과거 방통위는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이통 3사에 수차례 제재를 가했다. 2012년에는 3사에 20~24일간 신규가입자 모집 금지와 과징금 총 118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2014년에는 3사에 1주일 영업정지, 과징금 304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덮친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리점과 판매점 내방고객이 주로 제품을 구매하는 특성상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스마트폰 수요는 급감했다. 이달 들어 중저가 제품 출시와 공시지원금 인상 등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업계는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통위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제재를 내리진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통사는 최근 5G 설비 투자 등을 확대하고 서비스 경쟁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불법보조금 지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5G 인프라 구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뿐 아니라 5G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방통위도 고심하는 눈치다. 영업정지에 이르는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판매점·대리점주 등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와도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알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상임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규모를 최종 결정하는 전체회의는 다음 달 초가 될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이 정부가 함께 추진한 5G 보급에 기여한 점도 고려사항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는 이달 안에 7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애초 연내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전망한 업계는 코로나19 악재를 만나면서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가 나오든 힘든 정도를 넘어 시장 전체가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