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들의 신경전이 본격화하면서 2022년 대선 레이스가 조기 점화되고 있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입장 변화가 없다”며 확고한 당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당 외곽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세 결집에 나서며 치열한 대권 경쟁이 물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 행보와 무관하게 8·29 전당대회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당대표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부터 코로나19 위기 상황 점검을 위해 권역별 순회 간담회를 하고 있다. 순회가 끝나는 이달 말쯤 당권 도전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김 전 의원과의 만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당대표 2년 임기 완주’를 내세우고,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비판적인 기류가 이어지자 측근인 이개호 의원은 이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이개호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김 전 의원이)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견제하고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합종연횡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낙연 대세론’에 힘을 보탰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당권 주자 홍영표 의원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홍 의원은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했다.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지사도 당내 세력 다지기에 나섰다. 당 밖의 대권 잠룡인 이들은 연일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등 정책 이슈를 앞세우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자신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박원순계 의원 모임은 총선 이후로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도움이 안 될 텐데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박 시장의 이후 행보와 관련해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박 시장이 정치적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치적 의제를 더욱 빠르게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순한 친목모임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전국민 고용보험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환영한다”며 “대통령께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친문을 끌어들이며 이 지사와 각을 세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2위를 달리는 이 지사는 자신이 먼저 꺼내든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기본소득 논의를 매개로 여의도와 접촉면을 넓혀나갈 구상도 있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식 기본소득’을 두고 “우파 주장과 같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 환영하고 고언에 감사드린다. 당에서 한번 논의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소병훈·허영 의원 등이 주도하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 지사로서는 늦어지는 대법원 판결이 족쇄다.
이가현 신재희 이현우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