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의 호소 “감염 고리 못끊으면 ‘대규모 유행’ 올 수도”

입력 2020-06-10 17:31 수정 2020-06-10 17:54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에서 산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되자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일상생활 속에서 방역수칙을 정착하고 제도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며 국민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집단감염이 전파되고 있다”며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대규모 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와 관련된 누적 확진자는 93명으로 늘었다. 이중 리치웨이 직접 방문자가 36명이고,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 사람이 57명이다.

역학조사 결과 SJ 투자회사 콜센터 관련 확진자 8명도 리치웨이 관련 사례로 확인됐다. 리치웨이발 집단감염은 중국동포교회 쉼터, 어르신 보호센터, 교회, 또 다른 방문판매업체, 콜센터 등 수도권 곳곳으로 퍼져나간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 탁구장 관련 사례도 3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54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경기도 용인 큰나무교회 관련 확진자 26명이 포함돼 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의 잠복기가 4일 정도로 짧고 환자 한 명이 생기고 다음 환자가 발병할 때까지의 기간(세대기)도 3일 정도인데 이 안에 접촉자를 찾아 격리하지 못하면 2차 전파, 3차 전파가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이 추가 전파를 봉쇄하기 위해, 또 전파 속도를 따라잡고자 접촉자를 광범위하게 보고 검사·격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환자를 인지하는 시점이 늦어 집단발병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바로 업무를 중단하고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고령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65세 이상 어르신들께서는 창문이 없거나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장소의 모임은 가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발생한 확진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74명으로 26.6%를 차지한다.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65세 이상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집계된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 85명 가운데 65세 이상 환자는 46명으로 전체의 54.1%에 달한다.

정 본부장은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사회적 봉쇄’를 완화하면서 다시 유행이 커지는 양상”이라며 “우리나라도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면서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발생이 지속되고 있어 일상생활 속에서 방역수칙을 정착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다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백신이 도입되기 전까지 코로나19를 단기간에 종식하기는 어렵다”며 “방역당국의 목표도 백신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방역수칙 준수 등을 통해 우리의 의료체계·방역체계·사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 규모와 유행 속도를 억제해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