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이 찍은 대북단체…정부가 고발·허가취소 착수했다

입력 2020-06-10 17:05 수정 2020-06-10 17:08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민 단체를 고발하고 법인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는 등 초강경 조치에 나섰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 간 모든 소통 채널을 전면 차단한지 하루 만에 탈북민 단체를 겨냥한 법적 제재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강도높은 제재를 한 단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인간 추물”이라고 맹비난한 곳이다. 탈북민 단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 정부와 단체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두 단체는 대북전단과 페트(PET)병을 살포함으로써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승인 규정과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를 통해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류협력법은 대북 물품 반출 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이 반출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유권해석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살포 현장에 경찰관을 투입해 저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교류협력법 위반에 따른 수사 의뢰와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동시에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한 법률 개정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포함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키로 합의한 점을 감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북전단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수용된 측면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대북전단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우려해왔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에서 전단을 통해 날아간 물품에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북측의 우려와 의심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도를 넘는 비난과 위협에는 저자세를 취하면서 정작 탈북민 단체에 발빠르게 고자세를 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정책은 정세를 판단·관리하고 문제점을 찾는 것”이라며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인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은 지난 8일 경기도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에서 쌀과 마스크를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내려다 주민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 북한은 직후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 탈북민 단체와 우리 정부를 격렬히 비난했고, 지난 9일에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소통 채널을 단절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25 전쟁 70주년을 맞는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렇게 나올수록 더 많이, 더 자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머리 위에 전단을 뿌리겠다는 것이 우리의 대답”이라며 강행 방침을 밝혔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