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 사슬, 파이프… 창녕 소녀 집에서 나온 물건들

입력 2020-06-10 16:57 수정 2020-06-10 16:58
창녕의 한 편의점 CCTV에 찍힌 피해 아동의 모습(왼쪽). 오른쪽은 의붓아버지가 가한 '달군 프라이팬' 학대로 화상을 입어 지문이 사라진 손. MBN 보도화면 캡처

친모와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다 탈출한 9세 여아의 경남 창녕 집에서 학대도구로 의심되는 물품이 다량 나왔다.

10일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학대 피해를 호소한 A양(9)의 집에서 학대도구로 보이는 물품들을 압수했다. 사슬과 막대기 등이 발견됐고 아이의 지문을 없애기 위해 의붓아버지 B씨(35)가 사용한 프라이팬도 확보했다. 압수품 개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물품들이 A양을 학대하는 데 실제 사용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앞서 A양은 지난달 29일 자신을 구조해준 주민 송모씨에게 “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였다” “욕조물에 머리를 담가 숨쉬기 힘들어 죽을 뻔 했다” 등의 이야기를 털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나갈거면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했다”고 말했다. 집을 나간 뒤 길을 잃을 경우 지문을 통한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할 수 있으니 지문을 없애 돌아올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폭행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상습적인 학대라는 점은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B씨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A양의 친모 C씨(27)는 불안증세를 이유로 조사 일정을 2차례 이상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출석 일정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C씨는 수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왔으나 지난해부터 치료를 받지 않아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딸을 학대하는 일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C씨의 처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C씨의 조현병을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감형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최근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 범죄 사례가 발생하자 2018년 12월 형사법의 대원칙 세부내용이 수정되기도 했다. 기존 ‘심신미약이면 형을 감경한다’에서 ‘심신미약이더라도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조현병 등 심신미약자 범행 시 의무적으로 감형해야 한다는 것에서 재판부의 재량과 판단의 폭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조현병과 사건의 연관성이 정확히 드러난 사례는 거의 없다. 때문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