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폭’ 맞고 “한국과 같은 취급말라” 급 발끈한 日 부총리

입력 2020-06-10 15:45
AP연합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일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은 건 일본인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다가 비판받자 “한국과 같은 취급하지 말라”며 발끈했다.

아소 부총리는 9일 중의원 재무 금융위원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설명하다가 “우리는 강제력이 없다. 한국은 엄하게 규정해서 하고 있으니 ‘위반이다’라고 하면 바로 (벌금이) 얼마라는 얘기가 된다”며 이같이 발했다.

이 발언은 앞서 논란을 일으킨 그의 ‘민도(民度)’ 연관설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자 갑자기 나왔다. 사쿠라이 슈 입헌민주당 의원이 “한국, 중국, 대만과 비교하면 일본의 민도가 동아시아에서는 최악이 된다”며 아소 부총리의 논리를 역이용해 공격했고 이에 아소 부총리는 ‘강제력’을 거론하며 한국과의 비교를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주요 국가별 코로나19 사망률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영국(850명), 이탈리아(555명), 미국(327명) 등 미주권이나 유럽에 비해 사망률이 낮지만 한국(5명)과 싱가포르(4명), 중국(3명), 대만(0.3명)보다는 높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4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인구 100만명당 7명 수준이다. 다른 나라 인사들이 내게 전화해 ‘일본만의 특별한 코로나19 약이 있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라며 “그런 질문에 항상 ‘당신네 나라와 일본은 국민의 민도 레벨이 다르다’고 대답했고 상대는 말을 잇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그런 전화도 오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일본의 민도가 높다는 견해가 해외에도 정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인의 생활·문화 수준이 타국에 비해 뛰어나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나 지역의 수준이 낮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어 논란을 낳았다. 하라구치 가즈히로 국민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각료는커녕 정치가의 자격이 없다”는 혹평까지 했다.

사쿠라이 의원은 이날 아소 부총리가 민도 발언을 하며 언급한 타국의 사망자 수치가 틀렸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자 아소 부총리는 “실무자가 준비한 사망률 숫자를 그대로 읽은 것뿐”이라며 “틀린 게 맞으니 솔직하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망언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아소 부총리가 근거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2000년의 긴 세월에 걸쳐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으니 좋은 나라”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홋카이도 등이 ‘아이누시책추진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주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누시책추진법은 오래전부터 먼저 정착해 살아온 아이누족을 ‘선주민족’으로 규정한 법이다. 또 일본 법무성 통계에 의하면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결과 2차 대전 종결 전부터 일본에 사는 재일 한국·조선인, 대만인과 그 후손인 ‘특별 영주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2만명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