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94) 영국 여왕의 부군 필립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윈저성에 자가격리된 채 99번째 생일을 맞았다. 4만명이 넘게 숨진 국가적 위기를 함께 헤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10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필립공의 99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여왕 내외의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주 촬영된 사진 속 부부는 윈저성 안뜰에서 격식을 갖춘 채 환히 웃어 보이고 있다. 상징적인 나이인 100세에 근접해가며 건강에 우려가 제기됐지만, 건재를 증명한 셈이다. 영국에서는 100세를 넘기면 여왕의 특별한 생일축하 카드를 받는다.
이들은 영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지난 3월 19일 런던 버킹엄궁을 떠나 윈저성에 칩거해왔다. 여왕과 필립공은 침실, 생활공간을 따로 쓰는 대신에 매일 점심은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윈저성에서는 22명의 직원이 여왕 부부를 보조한다.
필립공은 2017년 여왕의 부군으로서 대외 업무에서 은퇴했지만, 상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코로나19 팬데믹과 맞서 싸우는 의료진과 사회 기본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성명을 전하며 깊은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지난 4월 94번째 생일을 조용히 보냈다. 기존에 해오던 축포나 퍼레이드 일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다. 여왕의 생일 축포가 취소된 것은 68년 재임기간 중 처음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기준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9만581명이다. 이 가운데 4만968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