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비서, 차분하게 “문의 좀”…쉼터소장 신고 녹취록

입력 2020-06-10 15:25
지난 7일 오후 평화의 우리집을 나서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 뉴시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 119에 접수된 최초 신고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A씨다.

국회 윤한홍 의원실(미래통합당)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3분쯤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문의 좀 드리려 한다”며 “아는 분이 몇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는데 최근 몸이 안 좋아서 수면제도 복용하던 분이라 집에 찾아왔다. 차량도 집 앞에 있어서 집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때 녹취록의 비고란에는 ‘여성 신고자, 차분한 목소리’라고 적혔다.

119 측에서 “신변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냐”며 주소를 확인해달라고 하자 A씨는 손씨의 아파트 동, 호수를 불러줬다. ‘신고자 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지인”이라며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번호도 알려줬다.

119 측은 이어 ‘안에서 전화벨 소리는 울리느냐’ ‘집 전화는 따로 없느냐’ 등을 물어봤다. A씨는 “안 들린다. 집 전화도 따로 없다”면서 “벨도 계속 누르고 했는데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것 같다는 거죠?”라는 질문에는 “네. 혹시 몰라서요”라고 답했다.

이후 119소방차는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손씨를 발견했다. 당시는 손씨는 자택 화장실에 숨져있었다. 경찰은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손씨의 시신에서 자해한 흔적이 나왔고, 집 안에서는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제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휴대전화에 유서 형식의 메시지 같은 것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