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뭘 달라고? 대화 방식? 태도 ‘싹’ 바꾼 김여정, 속내는…”

입력 2020-06-10 14:11
북한 김여정(왼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뉴시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이유로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한 것에 대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0일 “북한의 좌절감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며 “북한이 계속 자력갱생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대북전단이 일종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늘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뭐가 급하구나, 뭘 또 달라고 하는구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이런 것을 북한의 대화 방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데 이건 정말 과도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우리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의 전략도발을 우려하지 않았나. 북측에서 미국이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미사일, 핵실험을 재개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건 판을 완전히 깨는 행동”이라며 “(연락채널 차단은) 북한이 보기에 (판을 깨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순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판 전부를 뒤엎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온건파’로 분류됐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한을 겨냥해 거친 담화를 쏟아내고, 최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함께 모든 연락선 차단을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은 대화의 상징처럼 나왔던 사람들이다. 그런 ‘대화파’가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봤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북한 내부에서도 ‘남한이 저렇게 나오는 데 대화기조 유지하는 게 잘못됐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이럴 때 대화파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부의 반대를 잠재우는 데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여유가 없다. 자력갱생을 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부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그렇다고 전략도발을 해서 판을 다 깨는 것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대선까지는 제일 만만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원망스러운 남한에 ‘왜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느냐’는 식의 불만을 내비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게 북한의 좌절감 표시라면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며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등 지금까지 판을 살려온 것은 한국이었다. 그런 부분들을 다시 가동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게 많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