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미중 선택 발언, 결국 파장 일었다 ‘험난’

입력 2020-06-10 14:49
이수혁 주미대사. 연합뉴스

“한국이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이 결국 파장을 일으켰다. 발언 당시에도 해당 국가와의 관계 친선을 위해 힘 쏟아야 할 대사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잇따른 ‘K-방역’ 등 성공에 의한 자부심의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어왔다. 예로 주한미대사가 굳이 “우리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9일 미 대사의 카운터파트 격인 데이비트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은 과거 1980년대에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옳은 선택을 했다”는 답을 내놨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5일(현지시간)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입장을 밝힌 연장선의 발언이다.

해당 언급은 중국 관련 문제를 주제로 한 싱크탱크의 ‘전략적 경쟁 시대의 비판적 사고’ 화상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대사의 해당 발언을 거론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나 동맹국의 카운터파트가 공개석상에서 반박한 셈이어서 이례적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미중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외교적으로 정제된 표현을 선택했다. 이 대사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또한 이 일로 이 대사는 중국 대신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을 선택하라는 노골적 압박을 받게 됐다. 미국이 경제와 군사, 인권 등 전방위적으로 반중 전선을 확대하는 첨예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긴장 내지 불안 요인을 이 대사가 만들었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등에 대한 불만으로 독일 주둔 미군 수천 명을 오는 9월까지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한 상황에서 한국에 미칠 영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곧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과 6·15 남북 공동선어 20주년을 앞두고 있어 남북간 연락 채널이 끊기는 등 한미간 긴밀한 대북 공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 대사의 발언은 더욱 아쉬움이 남게 됐다.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이날 이 대사의 발언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준비된 원고였다”며 즉흥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