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시중 통화량이 역대 최대 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3월보다 34조원(1.1%) 늘었다. M2가 3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증가폭 역시 역대 최대다.
M2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미만 금융채·2년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했다.
4월 증가액 34조원은 2001년 12월 M2 관련 통계가 생긴 이후 월간 최대 증가액이다. 현재 M2 기준으로 소급 계산한 2001년 이전 M2 월별 증가액도 34조원보다 큰 적이 없기에 사실상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통화량이 늘어난 셈이다.
주체별로는 기업에서 22조2000억원이 늘었다. 기타금융기관에서 10조3000억원,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7조3000억원씩 통화량이 늘었다. 상품 중에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15조1000억원), 2년미만 외화예수금 등 기타금융상품(8조5000억원)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통화량(M2) 증가율은 9.1%로 집계됐다. 3월 8.4%보다 높을 뿐 아니라 2015년 9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량 급증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신용공급(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며 부동산과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로 반등하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는 계속되지만 그만큼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부동산114는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3% 오르며 2주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오후 2시 기준 2193.12로 코로나19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5월 취업자 수가 39만명 이상 줄어드는 등 실물 지표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