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점수가) 타이트한 상황이라 떨렸어요.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네요.”
KIA 타이거즈 홍상삼(30)은 9일 수원 KT 위즈전 6회 말 3-1로 앞선 상태에서 선발 양현종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박경수에게 2루타를 맞고 김민혁 타석에서 폭투를 던지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보였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보였다. 7회 말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홍상삼은 이날 2이닝을 1피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KIA 이적 후 첫 홀드를 기록했다. KIA도 홍상삼의 활약 덕에 접전 끝에 KT에 3대 2로 승리하고 3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홍상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에 잘 들어갔고, 상대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서 비슷한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줬다”며 “1점을 주더라도 그라운드볼을 만들어내 아웃이 되게 하려 했는데 잘 통했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홍상삼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25승 37홀드 11세이브(평균자책점 4.84)를 거뒀다. 2009년엔 선발로 9승, 2012년엔 구원으로 22홀드를 기록하며 활약한 기간도 있었다. 하지만 빠른 공에도 제구 난조에 시달렸고, 여기에 공황장애까지 찾아오면서 지난해 방출됐다. KIA는 그런 그에게 기회를 줬다.
이날 경기는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홍상삼은 2이닝 동안 7타자만을 상대해 위력적인 구위로 찍어 눌렀다. “중심이 빨리 무너지고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아니니 타자들과 승부를 빨리빨리 해 결과를 최대한 빠르게 봐야 한다고 하셨죠.” 홍상삼은 KIA 합류 뒤 서재응 투수코치가 강조했던 점을 이날 경기에서 정확히 수행해냈다.
홍상삼은 KIA 합류 후 5선발 자원으로도 거론됐지만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군으로 콜업된 지난 2일 이후엔 불펜 자원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홍상삼에게 중요했던 건 보직이 아니었다. 그는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게 아쉽지는 않다. KIA로 와선 1군에서 제 공을 던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고, 불펜 오는 걸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상삼에게 관건은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다. 중요한 고비에 마운드에 섰을 때 긴장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투구를 자신감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다. 2일 롯데전은 무실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4일 롯데전 ⅓이닝 1실점, 7일 두산전 1이닝 1실점으로 흔들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새 팀이라 등판 때마다 긴장이 많이 된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뒤 다음 경기까지는 잘 못 던진 것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경기는 빨리 잊으려 한다”고 말했다.
마인드컨트롤 덕인지 이날 홍상삼은 돋보였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홍상삼의 2이닝 쾌투와 문경찬의 깔끔한 마무리가 좋았다”고 따로 언급했고, 선발 양현종도 “주중 첫 경기에서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해 계투진에 미안했는데, 다행히 상삼이와 상현이, 경찬이가 좋은 투구로 승리를 지켜줬다”며 고마워했다.
홍상삼이 올 시즌 내내 1군에서 ‘자신의 공’을 뿌리며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감에 차있다.
“147㎞보다 충분히 빠르게 던질 수 있는데 긴장이 돼 현재의 볼은 70~80% 정도에요. 자주 등판해 긴장감만 낮춘다면 공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수원=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