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의료·비대면 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총 1750억원을 투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 위기를 유망 스타트업 육성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에 취약하면서도 그동안 지원정책에서는 소외됐던 ‘성장기 스타트업’ 지원에 집중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혁신창업”이라며 “‘스타트업 르네상스’를 열어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 ‘예비유니콘’을 다수 배출하는 게 목표다. 일단 예비유니콘까지만 성장하면 곧바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지원 제도’의 지원을 이어받을 수 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어렵게 성장시킨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다각도로 지원해 중간에 주저앉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집중 지원 대상은 바이오‧의료 산업과 핀테크‧드론‧로봇 등의 비대면 산업이다. 3대 육성전략을 따라 지원한다.
먼저 서울산업진흥원(SBA) 투자기금과 민간 금융회사 출자금 등을 합쳐 1150억원이 넘는 ‘성장기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신설한다.
이 중 1000억원 가량이 오는 12월부터 성장기 스타트업에 투입된다. 기존 벤처투자자로부터 2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투자(시리즈A)를 유치한 기업 최대 32곳에 약 30억원씩 투자해, 1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을 뜻하는 시리즈B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리즈A 기업들은 시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돼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도산 위험도 커지면서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나머지 150억원은 오는 8월부터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된다. 기존 벤처투자자로부터 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투자(시드)를 유치한 기업 100여곳에 1억5000만원씩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서울시는 유망 스타트업 100곳을 선별해 각 1억원씩 ‘성장촉진 종합 패키지’ 총 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제품제작부터 판로개척, 지식재산권 출원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민간 벤처캐피탈 등의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적정 기업 100곳을 선발할 계획이다. 기존 투자유치 성과가 있거나 기술성숙도가 높은 기업을 우선 선발한다.
100개사 중 30개사는 코로나19로 주목도가 높아진 바이오‧의료 분야 기업으로 선정한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서울시의 대표적인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 라이즈’ 내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선발한다. 나머지 70개사는 일반 분야로, 7월부터 서울창업허브 온라인 IR 등을 통해 선발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스타트업 기술인력 1만명에 대한 인건비 500억원을 지원한다. 기업 당 최대 7명까지, 1인당 월 100만원씩 5개월 동안 지급한다. 바이오‧의료, 비대면 하드웨어, 비대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장성이 검증된 스타트업(시리즈A 이상)이 대상이다. 3년 이내 투자유치 누적액이 1억원 이상, 연매출 30억원 이내 기업이어야 한다.
박 시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경기 침체 이후 스타트업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남들이 머뭇거릴 때 우리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