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관사 출입문 하단에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고 적힌 가로 35cm 세로 22cm의 명패가 버젓이 남아있다. 이 관사(57.9㎡)는 1987년에 지어진 건물로 현재 교장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학교에서 차로 1분 정도의 거리에 있고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라서 인근 주민들도 이 건물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는 이 관사를 지난 2월 음성교육지원청에 매각을 위한 용도폐지 신청을 한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는 “너무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향후 매각 공고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외부에 있는 건물이라 학생들은 물론 주민들도 잘 모른다”고 전했다.
보은의 한 고등학교도 같은해 지어진 옛 생활관(185㎡) 입구에 동일한 문구가 적힌 표지석(가로 40cm 세로 30cm)이 설치돼 있다. 현재 이 건물은 학생들의 동아리수업이나 토론수업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 학교 한 직원은 “표지석을 보면서 전두환이 준 돈으로 건립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당시 하사금이 얼마인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건축비 전체를 주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충북지역 교육시설물 7곳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역사바로세우기의 하나로 1980년 9월 이후부터 1993년 2월까지 재임한 전직 대통령 관련 도내 모든 교육 시설 전수 조사에서 드러났다.
10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7곳에서 1983년에서 1987년 사이에 건축된 학교 관사 6곳과 별관 1곳이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임을 확인했다. 이중 2곳은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다.
설치 형태는 모두 준공 표지석으로 관사나 별관 건물 출입구 하단부에 거의 동일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떼어내어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고 향후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이 구성한 역사바로세우기추진단은 학교가 제시한 의견을 종합해 현재 위치의 표지석은 사진 자료와 안내문으로 남긴 후 떼어내어 교육박물관 등에 보관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논의 과정은 기록으로 남겨 후대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5월 19~22일 도내 각 학교와 교육지원청, 직속 기관 등을 포함한 모든 교육 시설 600여 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건물을 마치 개인이 돈을 하사한 것처럼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표지석 철거는 역사 지우기가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라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